위상수학을 하다보면 위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된 기분이 들때가 종종 있다. 해석학을 하다보면 함수가 정의된 공간이나 수들의 공간의 특성이 곧 함수의 특정한 성질들을 결정한다는 것을 알게 되고 이것에 대한 연구가 보통 학부3학년 1학기에 배우는 일반위상수학(General topology)에서 이루어 졌다. 일반 위상수학을 하다보면 기존 유클리드 공간에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성립하던 내용들에 대한 반례들을 배우게 되는데(하우스도르프 공간이나 이런거) 공부하다보면 위상수학은 철학의 '존재와 시간'같은 느낌이 든다. (연결이란 무엇인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것이니 비유가 적절한 것 같다)


각설하고. 여기서 다룰 내용은 일반 위상수학의 내용은 아니다. 위상수학을 두 학기동안 가르치는 학교라면 2학기때 호모토피를 가르치는데 배우다 보면 중간에 신기한 내용들이 많다. 오늘은 그 중 두개를 포스팅하겠다.



S^2 는 sphere를 말하고 R^2는 2차원 실평면을 말한다. 구에서 평면으로 가는 연속함수는 정의역인 구 위에 반드시 함수값이 같은 적어도 한쌍의 대척점(지구상 정반대 위치)들이 존재한다는 뜻이다. 증명은 여러 증명들을 단계적으로 이용해야 하고 각 증명들도 짧지 않아서 블로그에 포스팅하기는 어렵다.


이 정리의 따름 정리(Corollary)를 살펴보자



매순간마다 지구상에 반드시 특별한 두 대척점이 존재하는데 이 두 대척점에서는 온도와 바람의 속력이 같다는 뜻이다. 이게 무슨 황당한 소리인가 싶지만 증명이 된건 어쩌랴.


위 따름 정리에서는 지구 각 지점에 (온도, 바람속력)을 대응시키는 연속함수를 고려하면 Borsuk-Ulam정리를 통해 증명이 끝난다. 개인적으로는 아래 정리가 더 신기하다.




구 위에 정의된 (연속) 벡터필드는 반드시 어딘가에 0이어야 한다는 뜻이다. 즉, 그곳에서는 영벡터라는 것이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매순간, 지구 상에는 반드시 바람이 불지 않는 곳이 적어도 한 곳 있다는 뜻이다.


직관적으로 설명하자면 바람이 계속 분다면, 어딘가에서는 바람들을 내보내(Source)야 하고, 어딘가에서는 이 바람들이 들어와(Sink)야 한다는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바람들이 사라지지 않고 계속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런 직관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위 정리를 통해 알 수 있다.


언뜻보면 말도 안되는 것같은 이런 정리들을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받아들여야 할까 아니면 이것들이 제시해주는 수학적인 통찰이 있을까? 나는 이런 것을 보면, 다시 한번 함수의 성질은 정의역의 특성에 의존하는 정도가 매우 크다고 느낀다. 그래서 더더욱 함수 자체보다는 함수가 정의된 공간이 open인지 connected인지 이런 추상적인 개념을 위상수학에서 가르치는 것이 아닐까?


보너스로 정말 관찰하고 싶은 사람은 지구 바람 지도를 통해 살펴보자.


http://earth.nullschool.net/#current/wind/surface/level/orthographic=-227.66,32.91,701




위상수학에는 이런 난해한 내용이 꽤 있지만, 사실 너무 당연해서 어이가 없는 정리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조르당 곡선 정리인데, 평면위의 임의의 폐곡선은 항상 평면을 곡선의 내부와 외부로 분할한다는 내용이다. 당연한 내용이 늘 그렇듯 증명의 난이도는 하늘로 솟구친다. 뭐.. 절대 못 알아들을 정도는 아닌데 증명도 길고 그전에 알아야 할 내용들도 적지 않다.


예전에 지역아동센터에서 교육봉사할때 여름방학마다 후배들을 모아서 아이들에게 수학놀이를 시키겠다고 이것저것 찾아서 교보재를 만들었었는데, 조르당 곡선 정리의 응용으로 아이들에게 복잡한 폐곡선을 주고 내부와 외부를 찾으라고 시키기도 했다. 근데 애들이 너무 잘 찾아서 재미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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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belian 2016.04.02 19:59 신고

  2. 물리성애자 2016.04.10 23:28 신고

    대부분의 고급학문으로 도출된 증명이나 수식으로 뽑아낸 결과물을 놓고보면 의외로 가장 단순하게 보는게 정답일때가 많죠. 진짜 개념자체가 양자역학처럼 이중성을 띠는게 아닌이상 가장 순수하게 보는 눈이 정답을 찾아낼때가 많은것같습니다..

  3. baumgarten 2016.04.15 01:19 신고

    저는 하이데거 보다는 칸트를 추천합니다. 순이비가 최고



출처 : http://www.dianajuncher.dk/zg/?p=18


N체 문제는 뉴턴역학이 한창 발전하면서 제기된 질문이다. 질량이 있는 물체들이 서로 끌어당긴다면, 태양계에 있는 행성들이 충돌하지 말란 법이 있는가?


그래서 사람들은 천체의 안정성에 의문을 던지기 시작했고 이 의문을 가장 간단하게 수학적으로 표현한 것이 3체 문제다. 쉽게 말해 태양, 지구, 달이 서로를 끌어 당기며 돌고 있다면 언젠가 적어도 둘 중 하나가 충돌(collision)하거나 적어도 한 천체가 다른 곳으로 멀리 날아가(blow up)버리지 않을까에 대한 문제다.



마지막에 튕겨나가는 소행성.. 미분방정식을 풀었을때 발산하는 해를 갖게 된다.



읽어볼만한 글(물론 전 읽지 않았습니다)

The Solution of N-Body problem by F.Diacu.pdf


이 문제에 대해 스웨덴 국왕이 현상금을 걸었고 내로라하는 수학자들이 달려들었지만 모두 실패. 오직 푸앵카레만 절반의 성공을 한다. 비록 완전히 풀지는 못했지만 이때 푸앵카레가 사용한 방법은 기존에 없던 방법의 풀이였고, 그전까지의 연립미분방정식의 해 자체를 구하려 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해들의 관계를 연구하는 질적연구가 시작됐다. (수학과에서는 보통 2학년 미분방정식 시간에 배울 수 있다.) N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전한 수많은 수학자들이 비록 풀지는 못하더라도 의미있는 결과들을 얻어내어 필즈상을 받았다. 그중에는 유명한 스티븐 스메일교수도 있다.


그러나 N체 문제는 수많은 천재들을 좌절시켰다. 그러다가 내가 존경하는 수학자 Kolmogorov가 KAM이론으로 추상적으로 증명했다. 아주 작은 섭동에 의해서 깨지는 궤도들을 모은 집합의 measure는 0이다라고 증명함. 물론 해석학이 늘 그렇듯 섭동이 얼마나 작아야 하는지는 모른다. 다만 작은 소행성이 지구 옆을 지나간다고 해서 지구가 원래 궤도를 크게 벗어날 일은 거의 없다.


대중에 널리 알려진 카오스현상이 바로 3체문제에서 나온다. 2체문제에서는 카오스가 나오지 않지만 간단한 비선형 연립 3변수 미분방정식인 Lorenz 방정식에서 strange attractor가 발생한다.



Strange attractor

출처 : https://www.skepticalscience.com/print.php?r=134



언젠가 이 주제에 대해 재밌는 글을 써보고 싶다. 사실 2체 문제를 응용해서 학과 학술제에서 발표한 내용으로 대상을 받았는데 꼭 한번 여기에 올려야겠다.


p.s. 쓰다보니 유머글이 아니게 되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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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aumgarten 2016.04.16 05:37 신고

    우와 학술제 대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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