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전공을 선택하면서 자연스럽게 수학과외를 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경력이 없는데다 흔히 말하는 스카이 출신이 아니다보니 과외 구하기 어려웠고(지금도 어렵긴 매한가지) 구해도 금방 짤리곤 했다. 하지만 계속 꾸준히 하다보니 가르치는 기술이 늘고 학생을 다루는 기술도 늘었고 언제부턴가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성적이 향상되었다. 지금은 내가 봐도 꽤 노련해서 '이 학생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될지'가 눈에 보이고 실제로 그게 대부분 맞아 떨어졌다(딱 한 번 틀렸는데 예상보다 점수가 빨리 오른 경우였음) 이렇게 경험이 쌓이면서 비록 나같은 과외노동자가 지천에 널렸겠지만 나름 대한민국 교육에 대해 느낀 것들이 있어서 내 생각을 정리할 겸 오늘 이렇게 블로깅한다.

 


1. 내가 느낀 우리 나라 공교육의 문제점 3가지



  역대 어느 정부도 교육 정책을 성공시킨 적이 없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고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고 분석했겠지만 내가 지금껏 교육 정책에서 느낀 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A. 교육 정책이 정치인들의 이권다툼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


  대학교 2학년 교육학 개론 수업 시간에 교육제도에 대한 토론을 준비하면서, 그리고 토론을 하면서 느낀 점이다. 돌이켜보면 어떤 교육정책도 10년을 넘기기 어려웠다. 사실 교육 정책이라는 것이 10년이 아니라 한 세대에 걸쳐 얻은 자료를 가지고 평가해야 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자세한 내용은 당시 작성한 짧은 보고서에 있다. 첨부해두었다.


교육학 개론 토론 후.hwp


B. 공교육이 정체성을 잃어버렸다


  MB정권부터 자율형 사립고니 뭐니하면서 많은 학교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신규 설립보다는 기존 학교가 운영형태를 바꾼 것이 대부분인데 문제는 이런 학교들이 적당한 맞춤형 교육을 하지는 않고 존나 빡센 사교육을 흉내내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누누이 말하지만 공교육은 '교과 성적 향상'이라는 기준아래서는 절대 사교육을 이길 수 없다. 간혹 무슨 고등학교 교사가 굉장히 잘 가르쳐서 인강 뺨친다는 뉴스기사가 뜨지만 그런 경우가 매번 발생하는게 아니다.(그게 그리 흔한 거면 기사에 안나지) 사교육 종사자들은 학생의 성적 향상이 곧 자신의 수입 증가와 직접적으로 관계 있기 때문에 목숨을 걸고 교과목 성적을 올리려 하는데 어떻게 공교육이 이길 수 있겠는가.

  공교육은 사교육과 태생이 다르다. 공교육은 공교육이 잘 할 수 있는 것 그리고 사교육이 하지 못 하는 것을 찾아서 해야 한다. 공교육이 자기 정체성을 버리고 사교육을 쫓아가는건 뱁새과 황새 쫓아가는 꼴이다. 이러다보니 교실에서는 어이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조금 잘 나간다는 학교들은 이미 학생들이 다 학원에서 배웠을거라고 가정하고 제대로 설명도 안하고 "다 알지?" 이런 식으로 넘어간다. 지금 가르치는 두 학생의 학교가 그렇다. 두 학교 모두 자율형 사립고 중에 좋은 편에 속한다. 학 학생은 수학 완전 포기자였다가 올해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담임이 2달 후 6월 모의고사에서 3등급 못 받으면 고액전문과외해서 점수 올리라고 했단다. 이런 정신나간 놈이 교사라니. 공교육 교직에 몸담는 사람이 잘 살지도 않는 애한테 저런 헛소리나 하고 있다. 이 이야기 듣고 애는 멘붕.


C. 지도자들의 언행 불일치


  교육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는 정책 입안자들과 행정관료들의 자식들은 죄다 해외유학을 보내고 공교육에서 벗어난 비싼 특수교육을 시키는데 과연 그 정책에 대해 사람들이 얼마나 신뢰하고 지지해줄까? 내가 따로 자료를 모아두지는 않았지만 정치인들의 자녀들의 학력은 정말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본인들도 해외 유학 다녀왔으면서 무슨 공교육을 말해?? 물론 말이야 할 수 있겠지만 어떤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사람들은 그 문제 해결의 가능성과 그 가능성의 실현을 보고 싶어한다. 자신의 자녀를 한국에서 평범하게 교육시키고 자신도 한국에서 평범하게 교육 받은 사람이 그 문제의 한 가운데서 잘 견뎌내어 만든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 정책'을 보고 싶지 실제 한국 교육 현실이라고는 눈곱만큼도 모르는 사람이 내미는 정책은 별로 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2. 자녀 교육을 대하는 부모들의 잘못



  과외를 하다보면 많은 학부모들을 만나는데, 정말 다양한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대부분 공통점이 있는데 아이 연령대에 따라 다음과 같은 점을 공유한다.


1. 초등학생의 학부모

가정 : 아이가 완전히 학업으로부터 낙오되지 않은 경우부터 비교적 잘 하는 경우까지

태도 : 상담을 하면 자신의 아이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특별한 아이'라는 인식을 기본적으로 깔고 있다. 그래서 여러 학원을 보내기도 하고 있는 돈 없는 돈 다 끌어다가 방학 때는 잠깐이라도 외국에 보낸다. 그래서 아이를 가르치는 교사를 우습게 보는 경우가 많다.


2. 중학생의 학부모

가정 : 아이가 완전히 학업으로부터 낙오되지 않은 경우부터 비교적 잘 하는 경우까지

태도 : 상담시 가장 많이 듣는 말이 "우리 애가 머리는 좋은데 노력을 안해서"다. 아직 자식에 대한 잘못된 희망을 버리지 못한 부모들이 많다.


3. 고등학생의 학부모

가정 : 아이가 완전히 학업으로부터 낙오되지 않은 경우부터 비교적 잘 하는 경우까지

태도 : 상담시 종종 듣는 말이 "포기만 하지 않게 해주세요"다. 이쯤되면 이미 현실을 파악해서 최악의 경우만 피하고자 하는 학부모들이 꽤 있다. 그래서 과외 교사를 꽤 존중해준다.


세 단계 별로 과외교사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가 바뀌는 이유는 과외 교사가 자신의 아이를 구해줘야 한다는 긴박함때문이다. 처음에는 급하지 않고 자기 애가 잘하는 것 같으니까 교사가 우습게 보이지만 고등학교에서 헤매는 학생들의 부모를 만나면 과외 교사에게 굉장히 잘 해주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면 학부모들은 무슨 문제가 있는걸까?


이 부분도 많은 사람들이 비판하고 이야기하고 있겠지만 여긴 내 블로그니까. 내 생각을 하나만 적어보겠다.


우선, 학부모들은 "내 아이가 특별하다"고 암묵적으로 가정하고 있다. 그런데 왜 남들 다 하는 교육을 시키는지?? 그렇게 특별하면 남들과 다르게 교육해야 하는게 맞다. 그래서 (적어도 학업에 있어서) 자녀 교육의 기본 가정은 "내 아이도 남과 똑같다"가 되어야 한다. 내 아이가 남들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에 어떻게 차별화할 것인가로 접근하고 많은 학생들이 겪는 문제를 자신의 자녀가 어떻게 겪을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과외를 하다보면 많은 아이들이 자기가 특별한 줄 안다. 이러한 인식이 이상하게 나타나는게 아니라 누구나 해봤을 말과 생각으로 나타난다. 예를 들어보자.


상황 : 고교 2학년 학생인 A는 수학 성적이 매우 낮다. 2학년이 되어서 이제 공부하려고 하는데 목표는 내신보다는 모의고사  높은 등급.


이 경우 내가 학생에게 내놓는 솔루션은 '어차피 내신은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면 지금부터 고1 수학을 제대로 공부할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학생들은 불안감에 수학1이나 미통기를 병행하자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애들 대부분 실패한다. 적어도 과외를 하는 학생들의 대부분은 학교와 학원에서 안되니까 과외하는 애들인데 이런 Two track전략을 어떻게 성공시키겠는가. 그리고 수학은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올라가는 과목인데. 그래서 이런 경우 나는 학생들에게 냉혹하지만 사실대로 말한다. 넌 안된다고.


학부모부터 시작해서 학생 둘 다 특별하다는 생각이 참 문제다. 뭔가 어떻게 끝내야할지 모르겠는데 이 부분을 급하게 마무리 짓자면


평범한 내 아이, 어떻게 가르칠지 생각할 것.


P.S. 과외 성공의 3요소

1. 학부모의 교사 신뢰

2. 학생의 교사 신뢰

3. 교사의 실력

나중에 이거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글을 써봐야겠다.




평소부터 해왔던 생각들인데 집에만 오면 지쳐서 블로그에 올릴 엄두를 못냈는데 오늘은 힘든거 꾹 참고 올렸다. 상투적 표현이 아니라 정말 부족한 글이지만 그래도 이 안에 놓치지 말아야 할 사실들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 정리겸해서 올린 글이니 죽자고 달려들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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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4.04.16 18:05

    비밀댓글입니다

  2. 2014.04.27 23:03

    비밀댓글입니다

  3. grace 2014.06.12 09:50 신고

    과외에 대해 좋은 글이네요. ㅎㅎ 언젠가 공교육으로 나가고 싶어 하는 사람으로써 공부를 잘 하는 아이보다는 인성이 된 아이를 만들고 싶습니다... 공부보다 그게 더 어려운건데 부모님들은 공부 잘 하는 데에 더 관심이 많죠 ㅋㅋ

  4. Iluvmath 2015.01.26 03:20 신고

    고등학생1학년 남자애를 가르켜봤는데 아이가 너무 의욕이 없어 뭐가 되고싶냐 물었더니 "컴퓨터쪽으로 일하는사람이 되고싶어요" 하길래 그러면 좋던싫던 C언어란걸 해야 한다고했죠.
    그리고 지금하는 수학도 열심히 해야 한다고 덧붙였는데.
    어느날 부모님이 노발대발.... 이유인즉슨 애가 공부는 안하고 c언어에 미쳐서 하루종일 c언어만 본다고. -_-;;;;;;; 부모닐 말로는 내가 공부안해도 c언어만 잘하면 갈데 많다고 말했다고 하더군요. 공부안하는 애들한테 좋은소리도 가려서 해야한단걸 느꼈습니다.

  5. 국어공부해본사람 2015.10.05 15:48 신고

    교육정책 입안자들은 무엇인가 새로운 자기만의 정책을 내려고 전전긍긍하고, 새롭기만하지 전혀 효율적이거나 교육적이지 않은 정책들만 쏟아 놓고 있는 현실입니다.
    우리나라 교육은 아픔과 상처만 많은 교육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진정 행복한 교육은 우리나라에게 어려워 보입니다.

  6. 123 2016.04.16 23:22 신고

    "내 아이는 특별하다" 정말 공감이 되는 말이네요... 좋은 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7. shane 2017.03.25 15:17 신고

    "내 아이도 남들과 다르지 않다"는 의식이 가장 중요한데 잘 찝어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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