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 공부 원칙

이 원칙이 다른 사람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있지만 이건 내게는 공리(Axiom)같은 존재라
태클을 걸 필요가 없고 받을 필요도 없다. 물론 더 좋은 원칙이 있다면 내가 바꾸겠지만
존경하는 선배에게서 받은 원칙들이기 때문에 그리고 지금껏 독학하면서 계속 어려움을
이기도록 도와준 원칙들이기에 바꿀 일을 없을 것 같다.

원칙1. 조금 모르는 것은 완전히 모른다는 것이다.
원칙2. 문제를 풀 때 절대 답을 보지 않는다.
원칙3. 공부한 내용들이 눈 앞에 보이지 않는다면 이해되지 않은 것이다.
원칙4. 한권의 책이 있다면 모든 문제를 완벽하게 다 풀 수 있어야 한다.
원칙5. 자신이 공부한 내용을 그 내용을 모르는 다른 사람에게 쉽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위 원칙들.. 굉장히 빡세 보인다. 나야 뭐 이제는 익숙해서 이 원칙을 지키며 공부하지만
처음에는 원칙1부터 5까지 모두 납득하기 힘들었다. 각 원칙에 대해 예전의 변명을 해볼까?

원칙1에 대한 변명. 난 솔직히 A는 알아 근데 A를 이용한 B는 모르겠어 그런데 A는 확실히 알아
변명에 대한 답변. 사실 그런 경우가 있긴 하지만 내 경험상 80%는 결국 앞의 것을 몰라서 그런 경우가 많더라

원칙2에 대한 변명. 그럼 아무리 풀어도 모르는 문제는 어떡하라고!!
변명에 대한 답변. '아무리 풀어도'라는 표현을 쓰는 사람치고 끈기있게 20번 이상 풀어본 사람 본 적이 없다.
                         그런데 수없이 많이 풀었는데도 모른다면? 그냥 나중에 풀기로 한다. 언젠가는 내가 푼다!!

원칙3에 대한 변명. 눈에 보인다고? 그게 뭐야?
변명에 대한 답변. 사실 4차원 이상의 공간에서 이뤄지는 벡터들의 상호작용을 실제로 상상한다는 것은
                         로저 펜로즈도 못한다. 실제로 상상가능한 것도 있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모든 것이
                         자명(Trivial, 당연)해야 한다는 것이다. 완벽하게 이해하면 그 내용이 당연하게 느껴진다. 

원칙4에 대한 변명. 솔직히 시간 낭비 아닌가? 쉬운 계산 문제는 좀 넘겨도 되잖아?
변명에 대한 답변. 경험해보니 계산도 많이 중요하더라 ε-δ를 아무리 머리로 이해했다고 해도
                         실제로 풀어보는 것은 또 다른 느낌이 들더라. 아니 항상 수학은 그렇더라
                         어차피 전공 수학책에 문제가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그냥 다 푸는게 어때서?

원칙5에 대한 변명. 나만 알면 되지 굳이 남에게 설명을 할 수 있어야 아는건가?
변명에 대한 답변. 음 이 원칙은 유명한 수학자가 한 말이다. 원래 말은
                         '어떤 수학적 명제를 완벽하게 이해했다면 길에서 만난 첫 사람에게
                                                                          그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인데.. 솔직히 초등학생에게 연속과 균등연속의 차이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아무에게나는 아니고 그 내용을 이해할만한 사람에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적어도 자기 자신에게 쉬운 말로 풀어 설명할 수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증명 이해의 4단계

1단계

이해가 안 되는 단계

2단계
간신히 읽기는 했지만 증명의 핵심 아이디어는 모르는 단계

3단계
핵심 아이디어는 약간 파악했지만 머리에 잘 남지 않고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단계

4단계
핵심 아이디어가 눈에 쉽게 보이고 증명이 매우 자명해보이는 단계

4단계까지 이르기 힘들지만 이르고 나면 실력이 향상되는 것을 느낀다.
유명하거나 유용한 정리의 증명이 반드시 어려운 것이 아니다. 오히려 Lemma나 Corollary의 증명이 더 어려울 때도 많다. 1단계에 봉착했을때 1단계를 극복하는 방법을 소개하도록 한다.

이 방법에 애칭을 붙이자면 '스코필드식 공부법'이라 붙일 수 있다.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1 1화 中

공부하다가 정리B에서 막혔다고 하자 그럼 막연히 정리B를 볼 것이 아니라 정리B의 어떤 부분에서 감이 잡히지 않는가를 찾아야한다.

찾았다면 단순히 논리전개가 이해되지 않는 것인지 아니면 증명에서 사용하는
                       개념들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인지 찾아내야 한다.

전자의 경우 이해될때까지 쳐다보면 끝이고

후자의 경우, 관련 개념들의 정의를 글로 쓰든지 책을 복사해서 오리든지 해서 스코필드처럼 벽 한쪽에 순서대로 배열을 해놓는다. 그러면서 계속 이해가 될 때까지 반복해서 보다보면 어느새 이해가 될 것이다 ^^

구체적인 예를 들어 실천해보자. 해석학에 다음과 같은 Corollary가 있다.

Corollary11.4
Let (sn) be any sequence then there exist a monotonic subsequence whose limit is limsupsn and a monotonic subsequence whose limit is liminfsn

해석하자면

어떤 수열이든지 그 수열의 limsup이나 liminf에 수렴하는 단조수열이 존재한다.
이 뜻인데 다른 책은 모르겠고 내가 보는 책에서는 dominant term이라는 개념을 이용해 증명하기 때문에 다른 책에 없는 독특함이 있는 동시에 난해해서 이해가 어려워 몇일간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기도 했다.

이 때 내가 스코필드법을 적용해서 먼저 증명에 사용되는 ⓐ dominant term에 대한 정의, ⓑ limsup & liminf의 정의 그리고 Corollary이므로 위에 ⓒ 부모격에 해당되는 정리(Theorem)을 복사해서 오린 후 벽에 순서대로 붙여놓았다.

이렇게 공부하면 내가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된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며 기분이 좋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단점은 복사하고 오리거나 손으로 쓰는데 시간이 약간 소요된다는 것이지만 천재가 아니라면 모든 개념을 완벽하게 머리에 담고 있을 수 없으니 이렇게 하면 예전에 배웠던 개념도 확실하게 복습이 되는 효과도 있어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위 방법을 통해 1단계를 넘어 2단계나 3단계에 도달했다면 4단계에 도달할때까지 계속 반복학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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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2.05.05 23:22

    비밀댓글입니다

  2. 수학과 2학년 2013.12.10 11:44 신고

    이글을 보니 제가 수학을 못하는 이유를 이제야 알겠네요.. 정말 도움이 많이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3. freevibration165 2014.10.10 17:39 신고

    원칙 1,5는 몸에 배서 하고 있었는데,
    한 책의 문제를 전부 알 때 까지 본다는 건
    대학교 올라와서 한번도 해보지 않았던 생각이었습니다.

    제겐, 신선합니다

  4. stoicheia 2015.07.05 23:18 신고

    좋은 지혜 얻어갑니다~ 감사해요~

  5. 문래기네 2015.07.15 04:14 신고

    ㅋㅋㅋㅋ 딱봐도 문래기네 ㅋㅋㅋ씨발 어디가서 수학전공한다는소리하지마세요 존나 쪽팔림ㅋㅋㅋㅋㅋㅋㅋㅋㅋ씨빨새끼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아나존나 재밌네이거

  6. ㅇㅇ 2015.12.04 16:53 신고

    감사합니다. 그저 안정적인 전문직이라는 길만 바라보고 의치한 가려고 재수했다가 20살 되서야 학원에서 알려주는 공식만 외우는게 아니라 1년내내 수학 책 본문의 문장들을 직접 여러번 읽어보면서 처음으로 뭘 공부하는게 순수하게 재밌는 바람에 결국 그 쾌락?(너무 같잖아 보이는 단어일것같습니다ㅠ) 한의대,수의대를 버리고 그나마 안정적이면서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다고 생각했던 공대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수학과를 다전공하고 있는 머리 나쁜 학부생입니다.. (사실 의대 치대는 갈 수 있는 성적도 안나왔습니다) 저같은 꼬마한테도 정말 도움되는 가이드라인입니다.. 수학을 다전공하게 된 계기가 문제풀이가 아닌 뭔가를 정의하고 정의해서 만들어낸것의 성질을 알아내고, 이 모든 내용들을 책의 본문 문장들을 여러번 읽고 다시 쓰면서 읽으면서 제 나쁜 머리로 조금씩, 또는 갑자기 이해되는 과정에서 느꼈던 즐거움이였기때문에 대학에 와서는 오히려 까불면서 연습문제 풀이를 소홀히 했던 부분이 있는데 반성하게됐습니다.

  7. ㅇㅇ 2015.12.04 16:53 신고

    혹시 질문을 드려도 된다면 참 표면적이고 얄팍한 질문이지만 학부시절 수학 책 한권을 공부하실때 대채로 어떤 순서로 읽으셨는지 여쭤봐도 될까요?

    그러니까 연습문제는 빼두고 본문과 예제를 포함한 본문만 여러번 읽으면서 본문과 예제의 내용이 이해되고, 암기되고, 당연하게느껴질정도가 되고, 그러한 본문의 내용과 발상을 남에게 교재없이 칠판으로 강의할 수 있을 정도가 되서야 연습문제를 푸셨는지, 아니면 본문을 읽고 어느정도 이해만 되고, 또는 더 나아가 안보고 쓸정도로 암기가 어느정도 된 상태에서 연습문제를 풀고, 그리고 다시 해당 본문을 여러번 읽으셨는지.. 즉 공부하면서 본문의 내용과 연습문제 풀이의 비중 밸런스를 어떻게, 또는 어떤 기준으로 조절해가면서 지식을 쌓아가야 혼란없이 "수학실력"에 보탬이 되는건지 조언을 받고 싶습니다..

  8. ㅎㅎ 2017.04.23 18:14 신고

    원칙으로 정리해 놓으신거 보니깐 저의 부족함이 어디서 오는지 알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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